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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독한 현실 빌런을 만났을 때, 나는 왜 이렇게 흔들릴까

by 칸도르J 2026.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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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지독한 빌런이 나타났다.

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조용한 걸 잘 못 견디는 편이라,

집안일을 할 때면 노동요처럼 드라마를 틀어둔다.

이어폰을 끼고,

화면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흘러나오는 소리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요즘 OTT 드라마가 뭐가 나오냐고 물어보면

정주행한 사람처럼 말하진 못하고,

숏츠 요약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수준이다.

드라마에는 늘 빌런이 등장한다.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자기 합리화에 능하거나,

혹은 그냥 지독하게 나쁜 사람.

그 빌런을 통해 주인공은 성장하고,

이야기는 굴러간다.

요즘 드라마 속 빌런들을 보면

대개 이기주의다.

사람들이 다정하지 않다.

자기만 옳고,

자기가 아는 세계 안에서만 살면서

타인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대가 어긋나면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서슴없이 해버린다.

그런 빌런들이

꼭 드라마 속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현실에도 있다.

정말,

굳이 안 만나도 됐을

평범한 일상 속으로

빌런이 들어와 버렸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린다.

복수해주고 싶다.

앙스레를 먹이고 싶다.

처음 빌런이 나타난 이후로

한동안은 이런 생각뿐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시원한 사이다 한 방이면 끝이 난다.

빌런은 사라지고,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더러워서 참고 지나가야 한다.

또라이한테 물리면 답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 역시 그냥 지나가고 싶지 않다는 거다.

버틴다.

버티고, 또 버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며

버티고 싶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꾸만 약해진다.

재판까지 가면 어떡하지?

변호사 비용은?

우리 아이들 신상도 다 아는데

혹시 해코지라도 하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십삼 세,

평범한 아줌마인가 보다.

바보처럼 쫄아서

그냥 넘어가야 하나 싶다가도,

자존심 상하고

책에서는 또

“용서가 진짜 복수다”

라는 말이 생각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용서해야 하나?

그런데…

용서가 안 되는데, 어쩌라고.

속으로 울컥,

화가 섞인 눈물이 차오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땐

모범택시에 나오는 무지개 운수에

연락해보고도 싶고,

프로보노 팀에

“제 변호 좀 해주세요”

하고 묻고도 싶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아니,

드라마보다 더 독하다.

드라마에는

그래도 사이다 복수라도 있다.

현실에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드라마에 목매는 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그 여자에게도

나는 빌런이겠지.

그래도 좋다.

차라리 빌런이 되어라.

나는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그 빌런과

이제 빠이빠이 할 거다.

앞으로 또 다른 빌런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그땐

내 멘탈,

꽉 붙잡자.

진짜로.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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