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 꼬였을 때, 전성기로 바꾸는 법
지독히도 가라앉은 날이었다.
속은 울렁이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그때 딸이 오래된 내 악세서리 함을 들고 왔다.
“엄마, 이거 왜 이렇게 엉켜 있어?”
20년도 더 된 목걸이들.
버리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쌓여 있던 것들.
가느다란 체인들이 서로를 물고 늘어지듯
엉키고 또 엉켜 있었다.
그래, 이거나 풀자.
아무 생각 없이 작은 체인 하나에 시선을 박았다.
실타래는 방향만 찾으면 술술 풀리잖아.
이것도 금방 풀리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풀면 풀수록 더 단단해졌다.
조심스럽게 당겼는데
어디선가 다른 고리가 같이 조여왔다.
팬던트만 덩그러니 밖으로 빠져 있고
몸통은 꼼짝도 못한 채 묶여 있는 모양.
…나 같았다.
지난 2025년,
나는 참 많은 걸 시작했다.
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단단해지고 싶어서.
그런데 하면 할수록
뭔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방향이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풀릴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면 몇 시간이 지나 있고
나는 제자리였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체인은 또 다른 모양으로 엉켜 있었다.
검색도 해봤다.
‘엉킨 목걸이 푸는 법’
베이비파우더를 묻히라는 말도,
핀으로 살살 벌리라는 말도.
다 해봤다.
그런데도
목걸이는 점점 더 단단해졌다.
내 마음도 그랬다.
풀리는 듯하다가
같은 패턴으로 다시 돌아와
처음보다 더 세게 조여오는 느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풀고 싶은 건
목걸이가 아니라
‘당장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이었다는 걸.
목걸이는 여전히 엉켜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머리는 조금 덜 아팠다.
그날 나는 알았다.
인생이 꼬였을 때
억지로 당기면 더 단단해진다는 걸.
가끔은
엉킨 채로 잠시 내려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그리고
내가 다시 숨을 고르는 동안
옆에서 음도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엄마 괜찮아”를 외쳐주는 아이들이
이미 나를 전성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는 걸.
2026-02-13